AI는 전통 어부의 작업 방식을 어떻게 바꿔놓았는가?

1. 수백 년간 유지되어 온 전통 어업의 방식과 어부의 감각

전통 어업은 오랫동안 어부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해왔다. 어부는 바다의 물결, 바람의 세기, 갈매기의 움직임 등 다양한 자연의 징후를 해석하여 조업 시기와 장소를 결정했다. 특히 조수의 흐름이나 계절에 따른 어종의 이동 경로는 오랜 세월 축적된 감각에 따라 판단되었다. 어부는 해가 뜨기 전부터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어디에 물고기가 몰려 있을지 예측하면서 하루의 운명을 걸었다. 기술이나 장비 없이 인간의 직관만으로 수확을 기대하는 이 방식은 매우 불확실한 노동이었으며, 실패할 경우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 어부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바다와의 교감을 형성하며 생존해왔다. 그러나 해양 환경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 기후 변화, 해수 온도 상승, 어장 이동 등 다양한 요소가 기존의 예측 방식을 무력화시키고 있으며, 이는 어부의 조업 성공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변화하는 환경은 기존 어업 방식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이로 인해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이 점점 더 부각되고 있다.

2. 어군 탐지 기술과 인공지능의 융합이 만든 조업의 변화

전통적인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던 어업은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으로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적인 변화는 AI 기반 어군 탐지 시스템의 상용화다. 이 기술은 해양 센서, 초음파 탐지기, 위성 데이터, 수온과 염도 정보 등을 AI가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어군의 위치를 예측한다. 어부는 더 이상 바다를 헤매지 않아도 된다. 인공지능은 실시간으로 해역의 환경 조건을 수집하고, 물고기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지점을 시각화된 지도 형태로 제공한다. 이 기술은 조업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불필요한 연료 소비를 줄이는 효과까지 가져온다. 또한 인공지능은 특정 어종의 이동 패턴을 학습하고, 기상 변화에 따라 조업 일정을 자동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일부 선박에는 자율항해 시스템이 탑재되어, 조타를 인공지능이 대신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처럼 어업의 디지털화는 단순히 편의성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수산업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 어부는 조업 전 AI가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최적의 위치와 시간을 선택하여 조업을 수행하는 체계로 전환되고 있다.

3. 수확 이후 작업까지 자동화되는 수산업의 디지털 전환

AI 기술은 조업 과정만 변화시킨 것이 아니다. 어획 이후의 작업에도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에는 어획물을 일일이 분류하고 선별하는 작업이 어부의 손에 의해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인공지능 기반 자동 분류 시스템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고해상도 영상 센서와 AI 알고리즘은 물고기의 종류, 크기, 무게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자동으로 분류해 저장한다. 이 과정은 사람보다 빠르고 정확하며, 위생적인 환경을 유지하는 데에도 유리하다. 또한 이러한 기술은 신선도 유지 측면에서도 효과적이다. 어획물은 분류 즉시 냉동 또는 유통 체계로 넘어가며, 유통 단계에서도 AI가 수요 예측과 가격 조정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일부 수산물 경매장에서는 이미 인공지능이 가격 입찰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이처럼 수산업의 전체 공급망이 자동화와 디지털화의 흐름 속에서 빠르게 바뀌고 있으며, 어부는 단순한 생산자에서 벗어나 시스템 운용과 품질 관리, 데이터 기반 경영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변모하고 있다. 어부는 이제 디지털 플랫폼을 운영하는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어업은 기술과 데이터가 결합된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

4. 사라지는 직업이 아니라 진화하는 어부의 역할

많은 사람이 기술이 어부의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어부의 역할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인공지능이 바다를 읽고, 최적의 조업 조건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돌발 상황에 대한 즉각적인 판단력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갑작스러운 폭우, 기상 급변, 어군의 예측 실패 등 수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해양 현장에서는 인간의 판단력이 여전히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바다 환경은 지역마다 다르며, AI가 일반화된 모델로는 처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부는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현장 상황에 맞게 판단하는 능력을 갖춘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도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어업인을 위한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장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어부는 바다의 생태를 이해하고,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하며,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종합적 역량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며,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결국 인간의 몫이다. 어부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 복잡하고 고차원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존재로 진화할 뿐이다.